[기자의 눈/서정보]시청률 올리기 위해 조작까지…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코멘트
“개그맨 일부가 전날 밤샘 촬영을 하고 왔으니까 하룻밤만 새워도 2박 3일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12일 방영된 MBC TV의 프로그램 ‘파워TV’ 담당 PD는 1박 2일간 촬영한 내용을 2박 3일간 한 것처럼 조작한 데 대해 이렇게 변명했다. 당시 촬영에 참여했던 30명의 연예인 중 일부는 전날 다른 프로그램의 밤샘 촬영으로 녹초가 돼 있었고 일부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2박 3일’이란 형식을 버릴 수 없었던 담당 PD는 ‘편집 조작’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MBC TV ‘토요일’은 이번 주 초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 선수 인터뷰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가 누리꾼(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MBC는 박주영 선수나 청소년대표팀과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자 연예인을 현지로 보냈다. MBC의 박주영 선수 인터뷰 추진에는 시청률을 올려 보자는 계산이 숨어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축구팬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를 무리하게 인터뷰하는 것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팬들은 14일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박주영과 청소년대표팀을 쇼 프로그램에 이용하지 말라’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16일 오후 11시 현재 3821명이 서명했다.

최근 지상파 TV의 광고 수입이 줄어들자 방송사들은 중간·간접·가상 광고 허용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신설, 방송시간 연장 등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많이 따내려면 시청률을 높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PD들은 편집 조작과 같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PD연합회는 최근 발간한 회보에서 미디어렙 도입에 신중론을 폈다. 미디어렙 도입으로 방송광고 영업이 경쟁체제로 변할 경우 PD들이 시청률 무한 경쟁에 내몰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구조조정은 시늉만 하고 손쉽게 광고 수입만 올리려고 한다면 시청률 지상주의로 인한 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