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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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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진단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에 일자리가 200만 개 이상 줄었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임시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 조기퇴직 등 구조적 실업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농경 산업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노동으로부터의 추방’이라는 역설적 현실 앞에 불안해하고 있다.
▷엊그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서울의 한 대학에서 특강을 하며 “노조가 변화와 혁신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라면서 “이는 ‘진보’를 내세우는 노동운동 주체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지 않고 명분만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사회개혁을 명분삼아 노조를 권력화하고, 거기에서 배를 채워 온 ‘가짜 진보’에 대한 질타였다. 진보 성향의 장관이 노동계가 포장해 온 진보 논리의 허구를 지적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 노동운동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정도(正道)를 벗어나 권력화, 정치화로 치달았다. 한때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진보라는 흐름도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노동 귀족’이 탄생했고 이들은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 비리도 서슴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났다. 김 장관의 지적대로 노동계 내부에서 노조의 위기가 배태(胚胎)된 것이다. 노동운동 주체들은 지금이라도 ‘노동의 종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거기에 공존과 나눔의 지혜가 담겨 있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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