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1 촛불시위 自制 바란다

  • 입력 2005년 5월 5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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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위주의 입시에 반발하는 고교 1학년생들이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모여 촛불시위를 벌이겠다고 한다. 당혹스러운 ‘고1의 반란’에 정부와 교육계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시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고1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는 교육 관료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탁상에서 만든 것이다. 결정적인 실책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다.

학생들은 고교 3년간 12번의 중간·기말고사에 수능시험을 합쳐 13번의 ‘입시’를 치러야 한다. 이들이 학우를 ‘벗이 아닌 경쟁자’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 교육 당국은 새 입시제도의 이런 부정적 측면을 얼마나 생각했는가.

하지만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도 옳지 않다. 이미 의견을 표출했고, 제도의 문제점도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그 다음은 어른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른 길이다.

실제 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이 어느 정도일지는 대부분의 대학이 요강을 확정짓지 않아 미지수다. 내신의 중요성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는 내신 외에 특기, 논술고사 등에 각각 비중을 둔 여러 전형 방식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실질적인 학생선발권을 허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은 요강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의 불안감도 줄어들 것이다.

고1 학생들은 한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자살학생 추모제’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한다. 이 단체는 추모 행사를 재고하기 바란다. 이런 연계는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누구도 시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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