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된장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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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단에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이 고추장과 된장이다. 고추장이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낸다면, 된장은 구수하면서도 토속적인 맛으로 우리 입을 달래 준다. 된장의 독특한 특성을 오덕(五德)으로 정리한 문헌도 있다. 다른 맛과 섞어도 제 맛을 내고(단심·丹心) 오랫동안 상하지 않으며(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고(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하며(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화심·和心)는 것이다.

▷이런 된장은 식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민간치료제로도 오랫동안 우리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거나 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상처 자국에 된장부터 발랐다. 며칠이 지나면 딱지가 생기면서 치료가 됐다. 우리 선조들은 뚜렷한 과학적 근거는 몰랐지만 된장이 피부 질환 치료에 효능이 있음을 체험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된장 예찬론자들은 된장을 ‘세계에서 가장 구수한 보약(補藥)’이라고 자랑한다.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줘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해독 작용이 있어 술이나 담배, 중금속의 독성을 중화시켜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매일 된장국을 먹는 사람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보고도 있었다.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의 경우 우리의 된장과 성분이 비슷한 ‘미소시루’나 ‘낫토’를 즐겨 먹어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는 말도 있다.

▷이번에는 된장이 비만(肥滿)을 줄이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를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이 내놓았다. 체중 143g의 실험용 쥐에 한 달간 고지방 음식을 먹였더니 287.4g으로 늘었으나 된장을 섞어 먹인 쥐는 246.6g으로 덜 뚱뚱해졌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청국장 다이어트’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한국 외교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우리의 된장이 지구촌 곳곳에 한류(韓流) 상품으로 번져 나갔으면 좋겠다. 된장이 고맙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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