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발암성 물질 검사’ 식약청 뒷북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37분


“중국산 고춧가루는 왜 검사하지 않나요?”

“2003년 경찰에서 적발한 이후 꾸준히 감시해 왔기 때문입니다.”

발암성 물질인 ‘수단1호’ 색소에 대한 검사로 패스트푸드 업체가 된서리를 맞은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2일 식약청은 중국산 고춧가루를 검사 대상에 포함해 수거를 시작했다.

“꾸준히 감시했기 때문에 (고춧가루는) 검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언론에서 자꾸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니까….”

식약청의 우왕좌왕은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청은 21일 오전 “중국에서 패스트푸드가 문제가 됐으니 국내에서도 패스트푸드만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단색소가 쓰일 가능성이 있는 고추장과 고추씨기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오후에는 검사 대상 품목을 늘렸다.

‘검사 대상 제품을 선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수단1호 색소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문제가 됐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식약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2003년 5월 수단1호를 섞은 고춧가루가 적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수단1호를 사용한 영국산 소스가 문제가 됐다.

중국KFC 측이 발암성 색소가 나온 제품의 판매를 중지한 것은 16일. 식약청은 중국에 파견돼 있는 직원을 통해 현지의 소식을 즉각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식약청은 5일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부랴부랴 수거 검사를 시작했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식품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식약청은 뒤늦게 패스트푸드 소스와 고추장, 고추씨기름, 고춧가루에 대한 수거 검사에 들어가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수단1호의 포함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 안전성을 가리는 데 필요한 검사였다면 더욱 서둘렀어야 옳다. 문제의 제품에 발암성 색소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국민이 안심하는 것은 물론 이들 제품의 생산 및 판매업자들도 박수를 보내지 않겠는가.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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