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126으로는 참고 1도의 진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하변에서 후수를 잡아 좌상귀 흑 4를 빼앗기는 것이 싫다. 백 126은 바로 선수를 뽑기 위한 수. 이렇게 한번 젖혀두는 것만으로 선수를 뽑을 수 있을까.
이 9단은 참고 2도의 진행을 예상하고 있었다. 흑 3 이후 백은 하변에서 손을 빼고 백 4로 달려간다. 백 126 때문에 ‘A’의 약점이 생겨 흑이 하변 백 대마를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흑은 백의 의표를 찔러간다. 흑 129로 백 한 점을 뿌리째 끊고 나섰다. 예상 밖의 습격에 이 9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 126이 고스란히 흑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흑 승. 막상 주위 흑이 강해 움직이기도 어렵다. 한동안 잔잔할 것 같았던 반상에 갑자기 풍랑이 일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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