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지호]뉴라이트, 선거용 운동 아니다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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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뉴라이트에 대한 정치 참여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도 분할을 덥석 받아 문 ‘박근혜호(號)’는 대안 정당으로서의 ‘희망 만들기’뿐만 아니라 정치공학에서도 완전히 실패했다.

중부권 신당의 출현 움직임으로 기대했던 충청표는 오지 않게 됐고, 그에 대한 수도권의 지지는 썰물처럼 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 때문일까. 2007년 정권 교체에 대한 비관과 패배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하다. 이제 출범한 지 반년도 안 된 뉴라이트에 대해 현실정치의 진흙탕으로 들어가라는 주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런 식의 접근이 과연 유효한 전략일까. 뉴라이트 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 및 주체세력의 형성과 그들에 의한 국가경영이다. 따라서 현실정치의 진흙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중립 운운하면서 정치적 뒷거래를 일삼고 급기야 홍위병 논란까지 야기하는 기존 시민운동의 위선과 이중성을 경멸한다.

▼성급한 정치참여 주문 말아야▼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뉴라이트 운동은 수없이 명멸했던 선거참여용 운동이 아니다. 자유주의 개혁을 통한 국가 선진화를 추구하는 국민운동이다. 의당 호흡을 길게 가져야 한다. 제대로 된 사상, 이념, 정책을 정립하고 그것을 국민 대중에게 전파하면서 사회 곳곳에 자유주의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획득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자유주의자에게 자신의 과제를 정권 교체에만 한정시켜 사고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2년은 김대중 정권 5년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권력 이동을 완성시켰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 등 정치권력만이 새로운 세력들에 넘어간 것이 아니다. 문화권력, 교육권력, 노동권력, 시민운동권력 등 거의 대부분의 권력이 1980년대 운동권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세력의 수중에 들어갔다. 그 세력들이 그토록 문제 삼는 언론권력 역시 신문을 제외하고는 방송과 인터넷매체 등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가히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거대 권력연합체가 완성된 것이다. 뉴라이트는 이들을 신(新)기득권층으로 인식한다.

이 거대 권력연합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렇게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뼈를 깎는 각오로 밑바닥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풀뿌리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신기득권과 치열한 투쟁을 벌여 진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나올 것이다. 이런 고난에 찬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치권에 진출해 금배지를 달아 본들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북한의 주권이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가르치는 정신 나간 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최근 일부에서 뉴라이트의 이름을 팔아 정치권 진입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유주의연대를 비롯해 뉴라이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세력들과는 전혀 무관한 몇몇 정치지망생들의 자의적 행위일 뿐이다. 뉴라이트가 뜨니 덕 좀 보자는 전형적인 무임승차주의의 소산이다.

▼권력교체 풀뿌리운동부터▼

뉴라이트 운동은 돛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는다.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당당히 뉴라이트의 이름으로 정치적 선택과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답답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 인내심마저 발휘할 수 없다면 정치의 극적 드라마를 볼 자격이 없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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