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제종]비아그라, 가짜라도 좋다고요?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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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를 복용했는데 효과는 없고 머리만 아팠다고 토로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한번은 50대 남성이 다급하게 진료실을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비아그라를 복용했는데, 발기는 만족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다음 날까지 두통과 현기증이 심했다고 했다. 다른 환자는 선물 받은 비아그라를 먹었는데, 성관계는커녕 눈이 심하게 충혈됐다고 호소했다.

이런 이들에게 비아그라를 입수한 경위를 물으면 인터넷이나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았다는 답이 대부분이다. 모두 가짜를 복용한 것이다. 비아그라라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복용부터 하고 보는 세태를 보여준다.

비아그라는 의사의 진단을 거쳐 적절한 용량과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데, 이를 처방전 없이 약국 아닌 곳에서 샀다면 100% 가짜라고 보면 된다. 이 경우 기대한 효과는커녕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위궤양 치료제나 고혈압 치료제 등 가짜 약 유통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식품에 인체 유해 물질을 넣는 파렴치 행위도 문제지만 약품을 가짜로 만들어 유통할 때 야기되는 건강 안전의 적신호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비아그라의 경우는 불법 제조해 유통시키는 업자는 물론 일반 환자들도 불법 제품과 가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발기부전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함부로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 밀반입되다 적발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한 제약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짜 비아그라 복용자 중 80%가량은 본인이 복용한 비아그라가 정품인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가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제조된 가짜 비아그라는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장단기적으로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 처방전 없이 함부로 복용하면 올바른 약효를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가짜 비아그라에는 정품 비아그라 성분이 아예 함유되지 않거나 들어 있다 해도 함량이 일정하지 않다. 어떤 경우는 정품에 비해 몇 배나 과다 함유돼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연히, 정확한 진단과 환자의 병력에 따라 주의사항, 금기사항, 용량 용법을 준수해가며 복용해야 한다.

가짜를 복용했다가 문제가 생겨 병원에 온 환자에게 왜 가짜를 찾느냐고 질문하면 병원과 약국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번거롭고 창피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건강 문제인 성 건강에 창피할 것이 무엇이며, 발기부전도 다른 질환처럼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효과적인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질환인데 이를 번거롭다고 생각할 게 무엇인가.

어디 비아그라뿐인가. 가짜 약품의 오남용이 초래할 부작용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간의 번거로움과 창피를 피하겠다고 가짜에 손을 댔다가는 건강을 잃고 평생 후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김제종 고려대 의대 교수 대한남성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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