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보안 이렇게 허술하다니

  • 입력 2005년 2월 18일 17시 48분


코멘트
군(軍)에서 보안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군기무사령부에 따르면 각종 군사기밀 자료가 도로상이나 야산, 승용차, PC방에서 민간인에 의해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고가 기밀 취급자의 실수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니 더욱 어이가 없다.

지난해 8월 경기 양주시 도로상에서 발견된 군사 II급 기밀서류는 중사가 야전훈련 때 부주의로 분실한 것이라고 한다. 대위가 부대에서 갖고 나온 군사지도를 개인 승용차에 장기간 방치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사병 2명이 PC방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남겨둔 사례도 드러났다. 장교 사병 할 것 없이 최소한의 보안의식조차 결여돼 있었다는 얘기다. 군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잦은 군 보안 유출사고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안보의식 해이와도 관련되는 듯해 우려된다. 안보를 경시하고 국가기밀 폭로를 쉽게 여기는 사회 일각의 그릇된 풍조가 군까지 오염시킨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개방화, 남북교류 등의 영향으로 간첩이 암약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이런 터에 군사기밀까지 줄줄 샌다면 국가안보의 토대는 소리 없이 무너지게 된다.

군 당국은 보안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스템을 아무리 개선해도 보안사고는 결국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안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기밀 유실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는 기무사의 설명은 지금까지 보안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증거가 아닌가. 기밀 유출자에 대한 엄정한 징계로 전군에 경각심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