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내가 된 첫사랑… 약백이<3>

  • 입력 2005년 1월 4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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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사랑했던 여자가 어느날 친구의 아내가 돼 있는 것을 본다면 남자의 기분은 어떨까. 더욱이 그 여자에게 엄청난 정성을 쏟았고 차인 뒤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는데만 몇년이 걸렸다면…. 이번에 내보내는 [어느 총각의 101번 맞선기] 세번째 순서는 그런 얘기다. <편집자주>

친구의 아내가 된 '첫 사랑'

[어느 총각의 101번 맞선기]<3>쓰라린 추억과 첫 애인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 머피의 법칙에 두 손 들어"

겨울비가 내린다. 밤새 내리고 지금도 한여름의 장마 비처럼 많이 내린다.

다행이다.

일기예보에서는 첫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이렇게 비가 와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보통 우리는 첫눈하면 첫사랑을 연상한다. 둘 사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아님 둘이 친구 먹기로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막연하게 첫눈 오는 날에는 첫사랑을 떠올릴 때가 많다.

그렇다면 나의 첫사랑은?

글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과연 사랑을 해 봤을까 하는 질문에도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지금까지 연애 경험 한번 없다.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볼 기회가 없었다.

단지 나 혼자만의 짝사랑은(사랑이라는 표현보다는 호감을 가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했다. 대학 때 같은 과 여자를 시작으로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 직장동료, 학교 후배 등등…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첫 사랑이 친구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은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고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나 혼자 호감을 갖고 지낸 적은 많다. 그중에서도 내 기억 속에 가장 가슴 아프게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대학을 공대를 나왔다. 공대 특성상 여학생이 거의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생김새나 성격이 웬만한 남자 뺨칠 정도라는 것은 공대 근처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녀도 그랬다. 키는 158정도에 단발머리, 반달형의 작은 눈에 통통한 편이였다. 누가 보더라도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우리과 학생인줄도 모르고 지낼 정도였다. 하지만 하교길 버스 타는 곳이 같은 관계로 몇 번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금세 정이 들어 버렸다.(물론 지금 생각에 나 혼자 정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그녀를 알고 지낼 때의 기분은 정말 그동안 경험 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학교가면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침이 좋았다. 또 아무리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잠시 후면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짜증은 어느덧 기대감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 속에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보통 여학생들 가운데 친한 동성친구와 단짝을 지어 어디든 같이 다니는 그런 여학생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녀가 그랬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친구와 함께 붙어 다녀 나는 밥값이 두 배가 들었고 영화비용도 항상 두 배가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어쨌거나 나는 즐거웠다. 주말에 둘이건 셋이건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고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고 넌지시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했다.

“나 솔직히 네가 친구이상으로 느껴진다. 우리 친구 말고 다른 거 하면 안될까.”

나 솔직히 무지 소심하다. 이런 말하기 까지는 내 나름대로 수십 번, 수백 번 생각 끝에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매몰찼다.

“난 지금까지 남녀관계에 있어서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널 알고 지내면서 남녀관계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거든. 나는 너를 평생 알고지낼 좋은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아”라며 좋은 얘긴지 나쁜 얘긴지 알 수 없는 답변을 했다.

‘그래 아직 내가 정성이 부족해서 그래, 더 노력해야겠다. 시간을 갖고 더 은근히 접근 해야겠어.’

그리고 그 고백을 한 후 다시 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했다. 다시 우리는 밥을 먹으로 같이 다녔고, 벚꽃놀이도 같이 다녔으며 시험공부도 같이했다.

주변에서 응원도 대단했다. 같은 과 형, 누나들이 적극 지원에 나섰다.

특히 나와 절친했던 누나 한명은 집이 청주인데 주말이면 나와 그녀가 데이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 나와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는 등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청주 누나내 갈 때에도 그녀와 절친한 친구는 동행하고 있었다.

‘그래! 저 친구 때문에 그녀가 나를 본격적으로 사귀지 못하는 건지 몰라. 고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를 배신하고 나하고 사귀기엔 그렇겠지’

그렇게 다시 6개월이 흘렀다.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6개월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거기에 추가로 한말이 있다면 “나한테 잘해 주지 마”

그랬다.

난 정말 그녀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지금도 농담처럼 친구들한테 얘기한다. “너 그때 걔들(그녀와 그녀친구) 밥값만 아꼈어도 지금 네 차보다 한 등급 높은 차 몰수 있었다”고.

그렇게 반응도 없는 그녀에게 매달려 나는 1년6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어떻게든 결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너하고 나하고는 연인사이로는 전혀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거냐. 지금은 친구지만 더 지내보다 보면 연인이 될 수 있지 않냐.”

“아니, 너하고 나하고는 친구 이상은 절대 안돼. 친구이상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0%야.”

절망적이었다. 0%란다. 0.000001%도 아닌 0%.

나는 포기하고 그녀를 잊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1년6개월을 짝사랑했고 그녀를 잊는데 2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다 잊었다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와 그녀와의 악연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2002년도 1월 1일 0시.

새해가 밝아오는 시간 나는 타종식 현장에 있었다. 그날은 눈과 비가 시간대 별로 섞여 내리는 등 기후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일 때문에 타종식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타종식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중 낯익은 사람이 한사람 눈에 띄었다. 대학 때 같은 과 친구였다. 그 친구는 누군가를 안고 있었고 나의 카메라 포커스는 자연스럽게 그 여자를 향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난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녀였던 것이다. 4년 전에 나의 첫 사랑으로 기억되고 있는 그녀가 그놈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정말 억수로 재수 없는 새해맞이였다.

그 기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좋아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기분. 그 뿐이랴. 그것도 내가 아는 놈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 그것도 새해 첫날에…

나는 부랴부랴 일을 마무리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타종식이 끝나고 갑자기 몰린 차들로 인해 일대가 극심한 교통정체를 보이고 있었다. 지금 차를 빼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부족했던 사진촬영을 하고 천천히 내 차로 향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내 차 옆에 주차되어있는 차안에 그놈과 그녀가 다정스럽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멀리서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그들이 떠난 후 한참 후에나 나는 내차를 몰 수 있었다.

그녀와 내가 인연인지 악연인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녀와의 관계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해 10월쯤 가을로 기억된다. 들리는 소문에 그 두 연놈(너무 과격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한테 두 사람에 대한 좋은 소리 절대 안나온다)이 결혼한단다. ‘그래 그렇게 껴안고 있더니 둘이 결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0월 어느 일요일 아마 2시경으로 기억된다.

당시 내 일의 특성상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 근처에서 행사가 있어 그곳 근처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떡하니 방금 결혼식을 끝냈는지 치장이 화려한 웨딩 카가 옆에 섰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고 그 웨딩 카에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연놈이 타고 있었다.

나의 첫사랑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났다. 아직까지도 그녀를 만날 때처럼 누구 때문에 아침이 기다려지고 설레인 적은 없다. 아마 그 이후로는 짝사랑도 제대로 못해 본 것 같다.

오늘의 연애 수칙 하나.

여자들의 경우 단짝 친구들이 있다. 둘이 꼭 붙어 다니는 단짝친구. 화장실갈 때, 밥 먹으러 갈 때, 쇼핑갈 때, 소개팅 하러갈 때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여자를 사귀려면 보통의 인내력으로는 힘들다. 이들의 특징은 남자친구가 생겨도 같이 생겨야 하고 서로 아는 사람이었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략이 상당히 어렵다. 본인의 인내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이 우월하거나 인내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여자를 사귀어보라고 권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라면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하나 더, 옛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도끼 나름이라는 말을 명심해라.

이미지=디트news24 제공

▶'약백이' 총각의 101번 맞선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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