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검찰 보직해임 요청]“정치적 이유로 수사 지연”

  • 입력 2004년 12월 18일 0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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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성 진급인사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군 검찰 핵심 실무진이 17일 집단으로 보직 해임요청서를 제출한 것은 국방부와 육군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사태로 해석된다. 특히 이들이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물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함에 따라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군 수뇌부와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보직해임 요청으로 인해 군내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것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의 요청을 윤장관이 거부할 경우엔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선 군 검찰과 육군의 오랜 갈등이 이번 사태로 표출됐으며, 결국 이번 수사를 둘러싸고 우려됐던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번 수사는 군 검찰과 육군이 명운(命運)을 건 대결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국방부 청사 부근에서 육군 인사 비리에 관한 괴문서가 발견된 뒤 군 검찰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 장성과 장교들을 줄줄이 소환해 고강도의 조사를 펼쳤다.

이에 대해 육군 내에선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고 결국 지난달 25일 남재준(南在俊)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군 검찰도 수사 속도의 조절을 언급함에 따라 일단 군 검찰과 육군 간의 갈등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군 검찰이 6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육본 장성 진급자의 사전 내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육본 인사참모부 소속 차모 중령과 주모 중령을 잇달아 구속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다시 촉발돼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군 검찰은 차 중령이 육군 준장 진급심사 개시 두 달 전 이미 실제진급자 50명과 완전히 일치하는 명단을 갖고 있었고 이들을 진급시키기 위해 인사검증위원회와 선발위원회의 관련 서류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또 ‘차 중령 리스트’의 배경에는 육군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해 육본 인사참모부 이모 준장과 장모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윤 장관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윤 장관이 이를 반려했고 15일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윤 장관은 군 검찰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구속수사는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통령의 수사 관련 발언 이후 군 검찰 관계자들은 수사 대상자들의 비협조와 물증도 없는 수사로 군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군 안팎의 거센 비판에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군 검찰은 이 준장과 장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결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을 긴급 체포한 뒤 수사 진행 상황을 언론에 직접 발표할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군의 한 관계자는 “비록 수사 상황과 여건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 검찰 핵심 실무진이 군 수뇌부의 부당성을 언급하면서 ‘충격요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최호원 기자 b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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