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군총장 사표 부른 軍인사 수사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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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이 어제 장성 진급비리 의혹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거대 육군을 이끄는 수장(首長)으로서 남 총장은 육군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청렴한 군인으로 알려진 그의 퇴진 결심이 전체 군 조직에 끼칠 부정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가. 남 총장은 사의를 밝히기 전 “투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남 총장은 또 육군이 자료 협조를 거부했다는 군 검찰의 주장도 부인했다. 한 마디로 익명(匿名)의 괴문서로 시작된 이번 일이 육군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은 과잉조치였음을 자신의 사의로 주장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무리 없이 해결하려면 괴문서 내용의 진위(眞僞)부터 파악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였다. 육군에서는 괴문서의 지적 중 상당 부분이 오류라는 항변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집권측과 국방부는 본질은 제쳐둔 채 유례없는 초강수로 육군을 압박했다. 당직 사퇴로 무마됐다고 하나 여당 의원도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으로 가세했다. 이러니 정권의 ‘군 길들이기’라느니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군 관련 사안을 다루는 집권측의 자세가 문제다. 집권측은 7월 북방한계선(NLL)사태 당시 보고 누락이 문제가 됐을 때에도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 해군부터 질책해 파문을 확대시켰다. 집권측이 조직의 특수성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계속하는 한 군이 본연의 국방 의무에 전념하기는 어렵다.

동요하는 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집권측의 자세 전환이 선결 과제라고 본다. 이번 사태만 해도 집권측의 일방통행식 군 사법개혁에 대한 군 수뇌부의 저항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게 사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집권측은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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