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낙관의 함정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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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오십가자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라는 말이 있다. 초반에 50집의 대가를 먼저 마련한 이는 진다는 뜻이다. 초반 50집의 유리함을 믿고 느슨하게 두다가는 반드시 역전 당한다는 경고다.

인생사도 그렇지만 평범한 진실일수록 지키기 어렵다. 초반에 지나치게 유리하면 일류 기사들도 마음이 풀어져 환상에 빠진다. 벌어놓은 것 모두 까먹고 역전 직전인데도 ‘아직은 유리하다’고 착각하거나 ‘여유 있게 두자’며 소심해진다.

백 150이 마지막 패착. 백은 중앙 흑에 대해 보다 치열하게 공격했어야 했다. 그만큼 지금 형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검토실은 참고 1도 백 1로 들여다보고 흑 2로 이을 때 백 3, 5로 공격하는 수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서 참고 1도 백 1의 선수는 놓쳐서는 안 될 수. 흑이 상변으로 연결해 가는데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흑이 백 1에 대해 참고 2도나 3도로 반발하면 도리어 곤란에 빠진다.

실전에서 백 150은 마치 백이 여유 있게 앞선 것처럼 둔 수다. 그러나 흑이 151, 153으로 날렵하게 수습하자 백의 공격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흑 161을 선수하고 165에 손이 돌아오자 형세가 역전됐다. 원성진 6단은 패자 2회전에서 조훈현 9단의 방심을 틈타 이겼는데 이번엔 자신이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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