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도 그렇지만 평범한 진실일수록 지키기 어렵다. 초반에 지나치게 유리하면 일류 기사들도 마음이 풀어져 환상에 빠진다. 벌어놓은 것 모두 까먹고 역전 직전인데도 ‘아직은 유리하다’고 착각하거나 ‘여유 있게 두자’며 소심해진다.
백 150이 마지막 패착. 백은 중앙 흑에 대해 보다 치열하게 공격했어야 했다. 그만큼 지금 형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검토실은 참고 1도 백 1로 들여다보고 흑 2로 이을 때 백 3, 5로 공격하는 수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서 참고 1도 백 1의 선수는 놓쳐서는 안 될 수. 흑이 상변으로 연결해 가는데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흑이 백 1에 대해 참고 2도나 3도로 반발하면 도리어 곤란에 빠진다.
실전에서 백 150은 마치 백이 여유 있게 앞선 것처럼 둔 수다. 그러나 흑이 151, 153으로 날렵하게 수습하자 백의 공격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흑 161을 선수하고 165에 손이 돌아오자 형세가 역전됐다. 원성진 6단은 패자 2회전에서 조훈현 9단의 방심을 틈타 이겼는데 이번엔 자신이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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