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언제까지 우왕좌왕할 건가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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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수도 이전에 대한 당론 마련에 또 실패했다. 어제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대신 연기-공주 지역을 행정특별시로 지정해 7개 부처를 옮기자는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반발에 부닥쳐 추석 후로 미룬 것이다. 야당의 당론 마련을 계기로 수도 이전에 대한 해법이 모색되기를 기대했던 국민은 실망스럽다.

수도 이전은 한 정권의 사업이 아니라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다. 현재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규명 문제와 함께 한나라당이 당력을 집중해 여권의 일방질주에 대처해야 할 긴급 현안이다. 그런데 85개 국가기관 이전 방침이 나온 지 100일이 넘도록 당론 하나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적시에 조정 통합해 내지 못해서야 강한 야당이 될 수 없다. 반대하면 충청권 표가 날아갈까봐, 찬성하면 여당만 좋은 일 시킬까봐 주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여권은 당(黨) 정(政) 청(靑)이 총력을 기울여 수도 이전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하루빨리 당론을 정해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게 야당다운 자세다. 더욱이 국민 60%가 이전에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숱한 국정현안에 대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여권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국보법 문제만 해도 박 대표가 명칭 변경, ‘정부 참칭’ 조항 삭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모처럼 정국을 주도해 가는 듯했으나 당내 반발로 혼선을 빚고 있다.

121석의 제1야당이 이렇게 무력(無力)해선 안 된다. 여권은 여론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주저앉아 집안싸움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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