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서울시 官製 데모’ 압박 지나치다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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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수도 이전 반대 집회를 ‘관제 데모’로 규정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 예산을 전용해 수도 이전 반대 관제 데모를 지원했다며 이 시장을 사직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나섰고, 이해찬 총리도 사실 규명을 지시했다.

진상이야 추후 밝혀지겠지만 여권이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것은 전국 순회 공청회와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 대한 과잉 반응처럼 비친다. 무엇보다 25개 구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 구의회 의장이 10명, 민주당 당적 구청장이 2명이나 있는 현실에서 서울시가 ‘관제 데모’를 주관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한 여론조사 결과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57.4%였고, 특히 이해 당사자인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드러난 이런 민심을 외면한 채 수도 이전 반대 집회를 예산 전용에 의한 ‘관제 데모’로 매도하는 것은 사안의 본말을 왜곡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수도 이전의 당위성 홍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이해 당사자인 서울시나 경기도의 반대를 맹비난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수도권 주민은 나라의 장래와 자신들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마땅히 자신들의 의사를 집약 표시할 권리가 있다.

서울시가 각 구청에 지급한 교부금 중 일부가 청중 동원에 쓰였는지 여부는 그것대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여권은 그에 앞서 왜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수도 이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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