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본보-KRC]국보법-과거사 등 30% 與? 50% 野!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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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 50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본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11일 실시한 각종 정국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하나의 뚜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비롯해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굵직한 현안 이슈에 대한 지지도가 모두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기국회 내 개혁과제 완성’을 선언한 여권에 ‘고난의 행군’이 예고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착화된 ‘찬성 30%, 반대 50%’=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비롯해 정책 현안인 국가보안법, 과거사 청산, 수도 이전 문제가 모두 30%대의 찬성과 50%대 이상의 반대로 정확히 갈리고 있다. 수도 이전의 경우 찬성 29.4%, 반대 67.6%로 찬반의 폭이 나머지 현안들보다 약간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30 대 50’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분배 우선이 34.6%, 성장 우선이 57.3%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선호와는 전혀 무관한 경제사정에 대한 체감도조차도 마찬가지다. 마치 응답자들이 서로 짠 듯이 ‘IMF 때와 비슷하다’는 답변이 34.0%, ‘그때보다 더 어렵다’는 답변이 57.5%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30 대 50’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박 대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53.9%’, 부정적 인식인 ‘33.1%’였다. 노 대통령은 반대로 긍정적 인식 30.4%, 부정적 인식 61.6%였다.

이를 종합해 보면 여권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은 사안별로 다르지만 노 대통령의 지지도와 비슷한 30%대의 지지를, 한나라당의 주장은 박 대표의 지지도와 비슷한 50%대로 확연히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뭔가…대선때 盧대통령 지지 40대 등돌려▼

▽‘여저야고(與低野高)의 원인’=노 대통령의 비판적 지지세력 이탈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48.9%(이회창 후보 46.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 직후 80%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말부터 30%대에 머물렀고, 올 들어 탄핵국면에서의 ‘반짝 상승’을 제외하고 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40대의 이반(離反)’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대선 당일 KBS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는 노무현 47.4%, 이회창 48.7%로 백중세를 이뤘다. 그러나 본보 여론조사 결과 40대는 모든 항목에서 보다 보수적 세대인 ‘50대 이상’과 유사한 현실인식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정이 25.0%로 50대 이상의 25.1%보다도 낮고, 과거사 청산 문제도 반대가 56.9%로 나타나 50대 이상(56.4%)보다 더 높았다. 이들은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공감도에서도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68.2%가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40대는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역점 분야에서 82.4%가 ‘경제 회복’을 꼽아 경제상황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의 반여(反與) 정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노 대통령 지지도는 24.8%로 대구·경북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지지도가 낮았다.

‘모름·무응답층’이 줄어든 것도 이번 여론조사의 한 특징으로 과거사 청산을 제외하고 모든 설문에서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이분화 현상의 한 단면인 셈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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