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49년9월23일: 구소련 두번째 원폭실험…

  • 입력 2004년 9월 10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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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막 내린 미국의 '핵 독점'

1949년 9월23일.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최근 수주일 내에 소연방에서 원폭실험이 행해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1945년 7월16일 사상 최초로 뉴멕시코주의 알라모골드 사막에서 원폭실험을 실시한 뒤 4년여 만에 미국의 '핵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트루먼은 이를 다분히 의식한 듯 "이제는 미국과 유엔이 핵무기 통제에 관한 실질적이고 강제력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미군, 흥남 핵개발기지 융단폭격

핵 개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연 것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앨버트 아이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견했던 엄청난 핵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은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맨 먼저 발견됐다.

1938년 12월8일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에서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중성자로 우라늄에 충격을 가해 원자핵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 질량 자체가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아이슈타인의 공식이 비로소 실증된 것이다.

영국도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원폭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1942년 독자적인 원폭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국의 과학자들을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선회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도 패전 직전인 1945년 8월12일 새벽 흥남 앞바다에서 원폭실험으로 보이는 폭발실험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미군은 이곳에서 버섯모양의 거대한 구름이 치솟았다는 정보를 입수,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종전 후에도 대대적인 첩보전을 벌였다.

그로부터 5년 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일본군의 핵개발 기지로 보이는 흥남의 화학공장 단지에 융단폭격을 퍼부어 시설의 95%를 파괴했다고 최근 해제된 미군기밀문서는 밝히고 있다.

♣'20세기판 프로메테우스의 저주'

아이슈타인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태양에서 오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원자력 에너지가 대량살상무기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20세기판 프로메테우스의 저주'라 할만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독수리에게 간이 쪼여 먹히는 참혹한 형벌을 받았고, 인류는 '제3의 불'을 개발한 대가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인류사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절멸(絶滅)의 순간을 지켜봐야 했으니 말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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