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늑장 항의로 날려버린 金

  • 입력 2004년 8월 2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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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경기에서 나온 오심 사태로 시끄럽다. 심판들이 한국의 양태영 선수에게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줘 그의 몫이었던 금메달이 미국선수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도 ‘양태영에게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국제체조경기연맹(FIG)도 오심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브루노 그란디 FIG 회장은 판정을 번복하거나 두 선수에게 공동 금메달을 수여하자는 제의엔 끝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왜 그럴까.

체조 경기 규정에 따르면 이의 제기는 해당선수가 다음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팀 임원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주형 코치는 “항의를 하지 않은 것은 (심판도 사람인 이상) 다음 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스타트 밸류(출발점수)는 기술의 난이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일 뿐 심판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는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제때 항의만 했어도 당연히 점수를 정정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선수단은 하루가 지난 뒤에야 FIG에 이의를 제기했고 FIG는 ‘오심은 인정하지만 이의 제기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판정 번복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늑장대응이 금메달을 날려버린 것이다.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요청을 한다지만 ‘원님 떠난 뒤 나팔 부는 격’이다.

처음 오심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임원들 사이에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도 이해하기 어렵다. 규정도 몰랐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덮어두려 한 것은 아닌가.

현재로선 미국 선수의 금메달 반납 또는 공동 금메달 수상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양 선수는 24일 철봉종목 결승에 출전했으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10명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임원들의 실수로 4년간 키워온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날려버린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장환수 스포츠레저부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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