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장군의 道

  • 입력 2004년 8월 1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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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안팎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의 파격적인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엊그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윤 장관은 종래의 하향식 지시전달 방식을 지양하고 ‘토론식 회의’를 유도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회의 후 노무현 대통령과 군 지휘관들 사이에 예정된 청와대 오찬 장소로 이동할 때도 전용차를 이용하던 관례를 깨고 장군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오찬에 참석한 장성들은 윤 장관이 대통령에게 격의 없이 건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윤 장관은 장군들을 위한 추천도서도 제시했다. ‘아메리칸 제너럴십(American Generalship)’과 ‘국방변혁(Defense Transformation)’이라는 책이다. 미국의 전현직 장성 수백명을 인터뷰해 쓴 ‘아메리칸 제너럴십’은 훌륭한 장군의 필수 덕목을 11가지 항목으로 정리한 책이다. ‘품성이 가장 중요하다(Character is Everything)’는 부제가 말해 주듯 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국방변혁’은 윤 장관이 국방보좌관 시절 국방대학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소개한 일도 있는 국방개혁 분야의 입문서다.

▷이 책들을 통해 윤 장관이 말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윤 장관은 ‘아메리칸 제너럴십’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마셜 장군이 특정 정책을 놓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대립했지만 일단 정책이 결정되자 이에 철저히 복종했다는 내용을 꼽았다고 한다. 한편 국방개혁은 윤 장관의 취임 일성(一聲)인 ‘국방부 문민화 추진’과 동전의 양면이 되는 화두(話頭)다.

▷그 자신 예비역 장군 출신인 윤 장관이 새삼 ‘장군의 도(제너럴십)’를 들고 나온 뜻이 궁금하다. 더 알고 싶은 것은 앞의 일화에서 윤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 다하는 장군’에 강조점을 뒀는지, ‘한번 결정된 정책에는 절대 복종하는 장군’ 쪽에 더 무게를 뒀는지 하는 점이다. 군사정권 종식 이후 벌써 11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오히려 ‘할 말 하는 장군’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엊그제 대통령과 군 지휘관 오찬에서도 장군들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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