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조사단 ‘정수장학회’ 故김지태씨 비망록 공개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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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수장학회 조사단 소속 조경태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지태 삼화고무 사장이 작성했다는 자필 비망록을 공개했다.- 연합
열린우리당 정수장학회 조사단 소속 조경태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지태 삼화고무 사장이 작성했다는 자필 비망록을 공개했다.- 연합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소유자 고 김지태(金智泰) 삼화고무 사장이 5·16쿠데타 세력의 요구로 부일장학회를 헌납했다는 내용의 자필 비망록이 열린우리당 조경태(趙慶泰) 의원에 의해 최근 공개됐다.

김씨는 이 비망록에서 “물목(物目)조차 보지 못하고 있어 그 내용이라도 검토하고 인계해 드리거나 건축을 하거나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밝혀 헌납 재산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재산 포기각서를 써줬음을 시사했다.

비망록은 김씨가 62년 6월 20일 부일장학회의 기본 재산인 부산시내 땅 10만147평과 부산일보 등 언론사 소유 주식을 포기한 지 두 달여 후인 9월 4일경 작성됐다.

김씨가 서울시내 중국음식점 ‘아서원’에서 군 관계자로 보이는 고(高)모 장군 및 5·16장학회 초대 이사장으로 알려진 이모씨 등과 이날 만나 대화한 내용을 A4용지 크기의 종이 6장에 메모한 것이다.

김씨는 비망록에서 “본건이 5·16장학회에 자진 헌납이라고 보고되어 있는지는 모르나, 사실인즉…(중략) 당국자가 예비회담 소집해 각서 원안이 본인(수감 중)에게 제시되어 본인이 응공(應供)한 것이니, 중앙정보부에서 검토하여서 그대로 최고회의로 송부되었다는 보고를 당시 받았던 바이다”라며 재산 헌납 과정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 소속인 조 의원은 9일 “비망록은 김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부와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탈당한 게 분명한 만큼 정수장학회를 하루빨리 해체해 국고로 환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가급적 나에게 맡겨 달라’고 한 만큼 당 차원에서는 비망록을 포함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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