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문사委 갈등, 감사원 특감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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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3일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빚어진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갈등 양상이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14일부터 25일까지 이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남일호(南一浩)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이날 “두 기관의 갈등 양상이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식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특별조사국 조사반원을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에 각각 4명씩 보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남 국장은 “의문사위가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특별조사단 출신인 인길연 상사(38·국방부 검찰수사관) 집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행동은 없었는지, 또 인 상사의 총기 사용을 둘러싼 진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협조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의문사委-국방부 이번엔 ‘녹취록’ 공방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와 국방부의 ‘진실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의문사위는 13일 “의문사위 조사관이 2월 26일 인길연 상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 무단으로 침입하고 인 상사의 부인을 폭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방문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인 상사는 이에 대해 “의문사위가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문사위 녹음테이프 공개=의문사위가 이날 공개한 테이프에는 의문사위 박종덕 조사3과장과 정은성 조사관이 인 상사의 부인과 차분한 분위기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 이에 따르면 특별한 고성이나 몸싸움도 없었으며 부인의 동의를 구해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문사위는 인 상사가 갖고 있던 자료가 “개인적으로 검토 중이었던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조사관은 “나중에 특별조사단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엔 참고인 진술조서와 국방부 내부의 토의자료는 물론 정수성 대장(당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특별조사단장)이 사인한 공식문서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것도 개인자료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 조사관은 또 “처음에 입수한 자료에는 인씨가 만든 ‘DBS(Dirty Black Secret)’라고 적힌 파일 2권도 포함돼 있었으나 5월에 넘겨받았을 때는 자료에서 빠져 있었다”며 “인 상사는 당초 이 파일이 ‘국방부의 은폐자료를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문사위는 “지금까지 2월 26일의 일에 대해 정 대장에게 보고한 적 없다”는 인 상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2월 27일 등 2월에만 4차례에 걸쳐 정 대장과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국방부 및 인 상사 주장=인 상사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녹음테이프에 대해 “박 과장 등이 2월 중순에도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상황과 짜깁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은 의문사위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 표지에 적혀 있던 녹취 날짜(2월 13일)와 맞아떨어진다. 의문사위는 이에 대해 “준비과정에서의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이 녹음테이프에 대한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와 별개로 이날 오전 인 상사 명의로 된 ‘기자회견 관련 입장’이라는 문건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문건에는 전날 인 상사가 주장한 대로 박 과장이 “인권위 4급 공무원으로 특채시켜 주겠다. 대통령 오른팔이라는 ○○○ 대구시 지부장이 내가 가장 친한 형님이다. 허 일병 사건을 해결하고 내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 도움을 주겠다”고 회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옆자리에 있던 정 조사관이 “저번에 우리 상임위원님하고 내가 청와대 ○○○ 수석과 식사하면서 인 수사관님 말씀을 드렸다. 우리 과장님 말씀을 믿으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나 여러 차례 만나면서 우리도 도와줄 수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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