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솥뚜껑그린 ‘죽음의 8번홀’… 우즈도 ‘양파’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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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벙커, 강풍, 솥뚜껑 그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의 3대 특징이다.

15일부터 제133회 브리티시오픈이 개막되는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에이셔의 로열 트룬 GC(파71·7175야드) 역시 이 3가지 특징을 갖춘 코스. 저스틴 레너드(미국)를 챔피언으로 탄생시킨 1997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브리티시오픈이 개최되는 트룬GC는 ‘힘과 기술의 겸비’라는 클럽 모토처럼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만 정복을 허용하는 코스다.

깊이 1m80이 넘는 항아리 벙커와 허리 높이의 러프,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강풍, 여기에 솥뚜껑 그린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을 괴롭힐 태세다.

1997년 대회에서 23명에게만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했던 트룬GC는 이번엔 코스 길이를 100야드 정도 늘리고 10개의 벙커를 추가해 더욱 단단하게 무장했다. 전반 9홀(3462야드)보다 251야드 더 긴 후반 9홀(3713야드)이 훨씬 어려워 선수들은 후반에 스코어를 까먹을 각오를 하고 전반에 언더파를 기록해야 한다.

가장 흥미롭고 어려운 홀은 8번홀. 역대 브리티시오픈대회에서 가장 짧은 123야드 짜리 파3홀이지만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

‘우표 딱지’라는 별명처럼 그린이 작은데다 솥뚜껑 스타일로 돼 있다. 티샷을 그린에 올려놓아도 볼이 굴러 그린 주위에 위치한 5개의 벙커 안으로 들어가 선수들을 미치게 한다. 그린 앞쪽만이 유일하게 볼이 흐르지 않는 ‘생존 구역’. 거리상 웨지나 9번 아이언이 적당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 땐 5번 아이언을(1962년 아놀드 파머) 꺼내들기도 한다.

이 홀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는 97년 3온 3퍼트로 소위 ‘양파’에 해당하는 트리플 보기를 했다. 또 영국의 스티븐 보톰리는 벙커를 오가며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 무려 10개를 쳤다. 1950년 독일의 한 아마추어 골퍼는 이 홀에서 30분간 씨름하다 15개를 쳤다는 기록도 있다.

222야드짜리 파3홀인 17번홀도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이고 가장 긴 홀인 6번홀(601야드·파5)에선 드라이버티샷이 벙커와 러프를 피하려면 캐리로 280야드 이상 날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바람을 잘 다루는 어니 엘스(남아공)와 바람을 뚫는 강한 샷을 날리는 타이거 우즈를 우승 후보로 꼽고 있다.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와 허석호(이동수패션)는 ‘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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