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기소전 수사정보 공개 제한’ 논란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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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 - 언론의 감시기능 위축될 것▼

피조사자의 인권보호도 중요하지만 고위공직자나 재벌 등 이른바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에 대한 수사 상황을 감추기만 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잘못된 발표나 보도로 인한 개인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선 반론 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구제수단이 있다. 검찰이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검찰이나 권력의 입맛에 맞게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2년 10월 서울지검의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의 경우도 검찰은 폭행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수사관들의 폭행과 담당 검사의 묵인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5공화국 때의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도 언론이 파헤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었다. 수사상황 비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에 반하는 조치다.오선진 법무사·서울 중랑구 망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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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공개 범죄자 취급… 심각한 인권침해▼

비리 관련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포토라인에 선 채 기자들의 질문 공세와 카메라 세례를 받는 모습을 TV나 신문을 통해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그 사람들 가족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는 검찰이 피의자들의 검찰 출두 시간을 언론에 알려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 찍힌 사람들은 무조건 범죄자로 취급돼 재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앞으로는 기소 전 수사상황을 비공개로 할 것이라고 하니 이런 좋지 않은 ‘통과의례’도 없어질 것 같아 다행스럽다.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 등이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환 단계에서부터 실명이 거론되고 얼굴이 만천하에 알려져 여론재판을 받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황은숙 주부·부산 동구 수정동

▼지나친 비밀주의 인권보호 역행할수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제약하는 지나친 비밀주의는 자칫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져 사법 정의 실현과 인권 보호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확정되지 않은 피의 사실을 함부로 유포하고 보도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이 제도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엔 공개한다지만, 그 공익성 판단을 검찰에 맡기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우리 검찰은 아직은 다수 국민이 만족할 만한 충분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본다. 오히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고 사법 공방에서 피의자의 항변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사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인순 교사·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신분보호해 피의자투신등 부작용 막아야▼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있다. 하물며 비리공직자나 정치인 기업인 역시 가족이나 수십 년간 교분을 나눈 친구, 친인척이 있는데 언론에 얼굴과 혐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보도되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서상 검찰의 피의사실 공개가 일반 국민에게는 ‘확정된 범죄’로 인식돼 피의자의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에 치명적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층 인사들의 계속되는 투신자살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범죄 사실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처럼 비치는 데 대한 충격과 부담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본다.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인권보호에 크게 기여해 피의자 자살 사건 같은 부작용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영하 대학원생·경기 부천시 오정구 신흥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찜질방 남녀 구분 논란’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찜질방도 목욕탕처럼 남녀 공간을 구분하도록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찜질방을 남녀가 함께 이용하면서 청소년 탈선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9월까지 국회에서 법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고, 법이 개정되면 곧바로 시행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방침입니다.

또한 올해 초 법개정에 따라 현재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는 찜질방 영업시간도 다음달부터는 자치단체에 따라 제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찜질방 업자는 물론 일부 시민도 “극히 일부에 국한된 부작용을 확대해석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다음주 월요일(7월 19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로 팩스(02-2020-1299)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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