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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9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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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술의 출발점은 고증이 아니라 픽션의 구상이다. 과거사 묘사의 첫 단계는 사진의 수집이 아니라 콘티의 작성이다. 그 상상력의 다양성은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하에서 허용된다. 그렇다고 포스트모던의 지나친 상대주의의 물결에 휩쓸릴 수도 없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현실주의자인 저자는 그 물결에 맞서 제방을 쌓았다. 역사에는 변수도 많고 우연도 작용하기 때문에 절대적 객관적 진리를 그리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가는 문학작품을 쓰더라도 논픽션을, 그림을 그리더라도 사실화를 그려야 한다.
이 책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상대주의의 수용과 사실성 확보를 위한 과학적 태도의 견지란 양극단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고 고뇌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가의 모습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역사방법론과 역사관에 관한 통찰력도 놀랍지만 소설이나 영화까지 역사이론에 끌어들인 저자의 문화적 분방함이 친밀하게 다가선다.
이웅현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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