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상은 어디가고 음모론인가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39분


본보의 장복심 의원 비례대표 금품로비 의혹 보도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책임 떠넘기기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당 진상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과잉보도’라고 했고, 당사자인 장 의원은 “동아일보에 비판적 활동을 해 온 같은 당의 모 의원을 옭아매려는 정치공작”이라고 했지만 명백한 왜곡이다.

본보는 장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앞두고 당내 유력 인사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가 확인된 부분만 보도했을 뿐이다. 이것이 어떻게 동아일보에 비판적인 의원 옭아매기인지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문제가 되자 장 의원도 “100만원씩 후원금을 줬으며 일부는 영수증 처리가 안 돼 돌려받았다”고 시인하지 않았는가.

장 의원이 지목한 ‘동아일보에 비판적인 의원’의 실명을 거론한 사람도 장 의원 자신이다. 본보의 보도를 반박하는 자료를 통해 특정 의원의 실명을 밝히면서 ‘언론의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결국 ‘음모론’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 의원의 이름을 판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사건의 핵심을 직시하기 바란다. 문제의 후원금이나 장 의원이 냈다는 특별당비에 대해서 진상조사단은 “실정법 위반은 아니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지만 의혹은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들쑥날쑥한 장 의원의 재산신고액만 보더라도 돈의 출처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의혹을 풀자는 것 아닌가.

정녕 음모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검찰에 정식으로 공개수사를 요청할 것을 권한다. 담당도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에 맡겨 문제의 100만원권 수표부터 추적하자. 그 정도 돈의 출처와 흐름을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