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정식/병원노사 협상타결 의미크다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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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3일 만인 22일 극적 타결을 본 병원 노사협상은 금년 노동계 하투(夏鬪)의 전개 방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침은 물론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정부와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곧바로 회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화의 상대인 노조를 불법파업의 범법자로 몰아세우면서 재갈을 물리고 그 약점을 잡는 것은 진정한 대화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직권중재제도의 전면적 폐지 혹은 전향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협상 타결 내용에서도 긍정적인 대목이 많이 발견된다. 개별 병원간 경영사정에 편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의료의 공공성 확보 등 공통의 요구를 기초로 산별교섭 타결의 성과를 낸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개별협상의 고립분산성으로 인해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특히 그렇다.

또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 사회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혁명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때 ‘주5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기로 합의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의미가 크다. 이 밖에 △정액급여의 40% 수준에 이르는 병원산업 최저임금의 설정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 노력 △보건연대 기금 조성을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환자 권리장전 선포 및 공동실천 등은 향후 그 구체적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우리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이 차별철폐 및 공공성 강화쪽에 적극 개입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결과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 국민의 성숙함이다. 불편함을 인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남의 권리와 내 권리가 함께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말이다.

이정식 서울디지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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