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장준하, 추락사로 볼수없다"

  • 입력 2004년 6월 14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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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준하(張俊河) 선생이 등산 중 추락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의견이 제시됐다.

장 선생의 의문사 사건을 조사해 온 의문사위는 홍익대 최형연 교수(기계시스템공학과)팀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의뢰해 추락과정을 재구성해 본 결과 사체 발견 장소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사고 당시 유족이 촬영했던 장 선생 사체에는 가슴에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전체적으로도 찰과상과 좌상(挫傷·피부 표면에는 손상을 받지 않고, 피하 조직이나 근육에 입은 상처)이 없는 편이었으며 육안으로 확인될 만한 골절은 보이지 않았다.

또 75년 장 선생 사체를 검안한 의사 조철구씨(전 국회의원)는 93년 작성한 `사체 검안소견'에서 오른쪽 귀 뒷부분의 함몰(직경 약 2㎝)을 제외한 머리와 가슴의 외상, 늑골과 팔다리 골절 등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머리 외의 부분에서 넘어지거나 구른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과연 사인이 추락사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었다.

이번에 최 교수팀은 장 선생이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진 벼랑의 지형과 인체 모델을 실제에 가깝게 만든 후 12가지 자세로 추락시켜본 시뮬레이션 결과 대부분의 경우 가슴과 머리에서 찰과상과 좌상이 발견돼 실제 장 선생 사체 상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머리의 경우 12가지 경우 모두 최소 3회 이상의 충격이 가해져 찰과상 및 좌상, 골절이 나타났고 가슴에는 11가지 경우 찰과상, 좌상이 나타났고 10가지 경우엔 골절이 있었다.

또 엉덩이나 팔, 다리 중 한 곳에서라도 골절이 발견된 경우는 9번이나 됐다.

의문사위는 이처럼 시뮬레이션 결과 나타나는 골절, 찰과상 및 좌상이 당시 사체 상태를 확인해주는 사진 및 검안 소견서에 없었던 점에 비춰 장 선생의 사망 원인이 추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 선생은 75년 8월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던 중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야당 통합 및 '제2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다가 경기 포천군 약사계곡 14m 높이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발표됐으며 이후 타살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의문사위는 "시뮬레이션 결과 장준하의 사망이 추락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정확한 사인은 유골 감정을 통해 더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유골 감정에 대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며 국가정보원 등이 더 성실하고 진지하게 조사에 협조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17일 위원회 회의를 열고 장 선생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나 별다른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 한 '규명 불능'으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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