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심 숲으로 소풍가볼까

  • 입력 2004년 5월 27일 19시 25분


코멘트
회사원 김선영씨(32·여·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집 근처에는 조그만 개천이 흐른다. 개천을 따라 난 약 500m 구간은 작은 공원이다. 둥근 돌들이 박혀 있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도 있고 물고기와 자라가 사는 작은 연못도 있다. 김씨는 저녁식사 후 종종 이 길을 걷는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알게 모르게 공원들이 많다. 답답한 빌딩들 속에 ‘여긴 몰랐지’하며 툭 트인 공간이 펼쳐지는 곳도 있다. 공원에서 뭘 하라고 정해 놓은 법은 없다. 다만 자신이 사는 곳 주변의 공원이 어떤지를 조금이라도 잘 안다면 더 즐겁지 않을까.

○ 어슬렁거리다

종묘공원(02-731-0515)을 걸어보셨는지. 정확히 말하면 종묘(宗廟)를 말이다. 종묘 내부의 길은 의외로 울퉁불퉁하다.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러 오는 임금들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천천히 걷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 손을 잡고 걸어보자.

종묘를 이야기하면서 사직공원(02-731-0655)을 빠뜨릴 수는 없다. 한해의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던 사직단(社稷壇)을 끼고 인왕산 자락에 앉은 활터 ‘황학정’과 단군성전을 본 듯 안본 듯 지나가 보라. 달이 떠 있다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이 절로 된다.

용산공원(02-792-5661)은 이국적이다. 10여년 전에는 주한미군의 터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연못과 버드나무와 잔디밭이 어우러진 경관이 주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길가에 전시된 조각품을 슬쩍 쳐다보면서 지나치는 것도 좋겠다. 햇빛을 가릴 모자를 쓰면 더 좋다.

혜화동 낙산공원(02-743-7985)은 과거 남산 인왕산 북악산과 함께 한양의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였던 낙산의 능선을 따라 있다. ‘여기서만 산책하시오’라고 말하는 듯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낙산을 두른 서울의 성곽을 쓰다듬는 감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삼성동에 선정능(02-568-1291)이 있다. 강남 테헤란로의 답답한 빌딩 숲 뒤에 이런 공원이 있나 싶다. 조선시대 성종(선릉)과 중종(정릉)의 능은 훨씬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6만여 평의 고즈넉한 곳에서 욕망을 툭 던져놓고 걸어보자.

○ 숲 속을 가다

97년 서울에 최초로 만들어진 생태공원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02-3780-0717)이다. 서울교와 여의교 사이 5만5000여평 공간에 습지를 만들고 물길을 냈다. 멍석을 깔아주면 제대로 뽐을 못내는 사람과는 달리, 동물들은 알아서 찾아오고 식물들은 스스로 자라났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터를 닦았다.

생태공원은 사람이 객이기 때문에 대접이 소홀하다고 불평을 해도 할 수 없다. 길동자연생태공원(02-472-2770)은 습지, 저수지, 초지, 산림의 4개 지구에 500여종의 식물과 600여종의 곤충, 그 밖에 다양한 조류 어류 포유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1일 입장객을 200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진정한 숲을 맛보고 싶다면 양재동 시민의 숲(02-575-3895)과 월드컵공원(02-300-5501)이 제격이다. 시민의 숲은 소나무 느티나무 잣나무 등 43종 9만4800그루의 나무가 7만여평의 녹지를 빼곡히 채운다. 거대한 쓰레기 산을 푸른 초지로 바꿔 놓은 월드컵공원에서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을 느껴 보자.

그리고 공원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남산공원(02-771-2563)이 있다. 남산은 그 자체가 산이고 숲이었다. 그걸 잘 모르고 소홀히 했을 뿐이다.

○ 땀에 푹 젖다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으로 곡예와 같은 묘기를 부리는 운동을 X게임이라고 한다. 보라매공원(02-833-5271)이나 올림픽공원(02-2240-5707)은 X게임장으로 추천할 만하다. 인라인스케이트 트랙, 다양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 램프와 하이파이프, 쿼터파이프 등 각종 X게임용 시설물이 있다. 또 여의도공원(02-761-4078)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 초보자들을 위한 녹색인라인 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암벽등반의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인공암벽장이 있는 공원을 찾으면 좋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암벽을 타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서울의 북쪽 끝, 지하철 4호선의 종점인 당고개역 부근 당고개공원(02-950-3586)과 성동구 응봉동의 응봉공원(02-2286-5114)에서 인공암벽을 만날 수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