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판단의 기분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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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도 않은 호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그녀가 평소 얼마나 사치스러웠든 그것은 분명 ‘객관적 사실’은 아니었으니까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B5)로 그 전말을 추적한 역사학자 주명철 교수는 이 사소한 사기사건의 진정한 의미가 종교와 왕의 권위와 도덕을 존중하는 마음이 짓밟힌 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결국 왕정을 무너뜨리는 여론으로 발전해 갑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그 ‘여론’의 힘과 무서움을 동시에 알고 있었던 지도자였던 듯합니다.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았다’(B2)는 링컨이 남북전쟁을 치르는 내내 전쟁 반대 신문과 찬성신문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누가 나를 매도하든 매도하지 않든 나는 아마도 올바른 사람일 것’이라는 뚝심이 있었던 듯합니다.

한 개인의 ‘올바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 마음속 양심이 알 수 있다 해도 공인으로서의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라크전의 막후를 보아왔던 전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자신의 책 ‘모든 적들에 맞서’(B1)에서 그것이 미국 공직자 선서의 첫줄에 이미 있었던 것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만약 대통령인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면 모든 민주시민의 약속인 헌법을 수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책의 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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