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두환씨 일가의 ‘原罪’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45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주장했던 전두환씨의 뭉칫돈이 또 드러났다. 부인 이순자씨가 검찰에 포착된 130억원을 남편의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국가에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니 외통수로 걸린 모양이다. 명색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인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더러운 돈’을 가족 수중에 교묘하게 분산 보관했다가 하나 둘 들통 나고 있으니 나라와 국민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아들 재용씨에 이어 이씨도 고인이 된 아버지를 끌어대 수백억원대 괴자금의 출처를 흐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감춘 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전씨 일가가 끝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전씨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라는 국민적 요구는 돈 자체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은 그보다는 부정한 방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대표적 권력부패의 완전한 청산을 요구한다. 집권층과 보수세력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초래한 장본인인 전씨를 단죄함으로써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역사와 국민은 전씨에게 다시 요구한다. 더는 국민을 속이지 말고 숨겨둔 비자금을 솔직하게 고백하라. 쿠데타에서 비롯된 ‘원죄(原罪)’를 씻을 생각이 있다면 먼저 더러운 돈과 결별해야 한다. 물론 돈을 숨겨놓고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또한 전씨 일가의 선택이다.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 문제를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이씨가 관리한 비자금 이동 시기가 자금세탁방지법이 시행된 2001년 이전이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는 식의 물러터진 자세로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법 집행을 우롱하는 부패집단은 철저히 응징한다는 각오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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