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용기/외국 기업인의 ‘민노당 기대’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은 국내의 외국 기업인들에게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외국기업인 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윌리엄 오벌린 회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단호했다.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2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외국기업인의 눈에 비친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한 오벌린 회장은 노동문제가 한국경제의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째도 노동, 둘째도 노동, 셋째도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노동’이란 단어를 세 차례 되풀이한 이유에 대해 노동문제는 △노사관계 △노동유연성 △임금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급부상하고 있는 경제대국 중국과 경쟁하고 국내기업 및 외국인의 투자를 늘리는 일은 어렵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는 해결책도 아울러 제시했다. 특정 국가의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방식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로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벌린 회장은 “해결책은 영미식도 아니고 유럽식도 아니다”고 했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화해할 수 있는 한국적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얘기였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의회에서 3% 이상의 의석(299석 중 10석)을 차지함으로써 노동자 대표가 한국경제 시스템의 일원이 됐다”며 “시스템의 한 부분이 됐다는 것은 시스템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그 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에 대해 오벌린 회장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문제의 개선여부도 역시 민주노동당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국회에 처음 진출한 민주노동당은 이런 기대와 함께 책임론도 인식해야 한다. 노동환경을 개선해 한국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이 비단 외국기업인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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