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전사 왜 이러나

  • 입력 2004년 4월 14일 18시 43분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시절 동료 장교들의 청탁을 받고 3년여에 걸쳐 신병 및 초임 하사 50여명을 수도권 일원 부대에 특혜 배치해 준 김모 중령이 구속됐다. 김 중령에게 11차례에 걸쳐 1400여만원을 건넨 국방부 합동조사단(합조단) 소속 군무원도 함께 구속됐다. 군내에 부정비리와 도덕불감증이 소속과 계급을 가리지 않고 퍼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특전사는 얼마 전 불량 낙하산 납품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부대다. 동료 장병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향응을 받은 ‘낙하산 사건’의 여파로 군무원 등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또 비리 사실이 밝혀졌으니 국군 최고 정예부대라는 특전사의 명예는 어디로 갔는가.

무엇보다 군 전체에 미칠 사기 저하가 걱정된다. 돈을 써서 근무 여건이 나은 부대로 배치 받은 군인이 유사시 제 몫을 온전히 해낼 리 없다. 비리 사실을 접한 대다수 장병의 전우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단순한 특혜 배치가 아니라 군기(軍紀) 문란 차원에서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이번 사건은 특히 군내 비리 척결의 주체인 합조단 요원이 연루됐고, 다수의 장교가 청탁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군 간부들의 도덕 의식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부정비리 척결을 강조한 국방부의 다짐은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철저한 후속 수사와 함께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비리근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군의 부정비리 사건에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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