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병렬 대표가 답할 차례다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한나라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당이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도부 퇴진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상태로는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正體性)까지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은 통과시키면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는 외면했으니 누군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가진 다수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고 보겠는가. 게다가 삼성으로부터 170억원의 불법자금을 추가로 받은 단서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러고서도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를 열고 검찰총장을 불러 수사의 형평성을 따졌으니 어이가 없다.

이제 최 대표가 답할 차례다. 당 해체론이 나오는 판인데 아직도 공천만 적당히 하면 지지율도 올라가고 총선에서도 이길 수 있으며, ‘냉전 수구’ 이미지까지도 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답해야 한다. 아니라면 소장파들의 요구대로 ‘자기희생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개인이나 당을 위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국민이 갈망하는 것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안(代案) 세력이다.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면서도 정권을 뛰어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수권세력이 있을 때 오늘은 비록 힘들더라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런 희망을 줄 자신도 능력도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안정감 있고 깨끗하며 실용적인 보수 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원한다. 이런 국민적 요구 앞에서 당직자 몇 사람의 사퇴는 차라리 곁가지일 수 있다. 최 대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새 살을 돋게 하는 길인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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