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2월 5일 18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외환은행은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었다. 한미은행은 고객 보호를 명분으로 할당된 몫의 절반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두 은행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제외한 15개 채권 금융회사의 LG카드 지원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원금액은 당초 3조6500억원에서 두 은행이 거부한 1506억원이 줄어든 3조4994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公示)에 따라 채권단 분위기 급변=4일 오후 업무시간이 끝난 뒤 이사회를 연 외환은행은 5일 오전 결과를 공시했다. LG카드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정부와 금융당국, 채권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대주주가 외국계라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구성원으로서 돈을 벌어 가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나 기업 조흥은행 등 16개 금융회사 전체가 LG카드를 지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지원안을 승인한 은행들은 “현재로서는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석동(金錫東)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외환은행의 결정은 정부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미은행이 334억원 신규지원에 참여한다는 이사회의 결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외환은행만을 제외한 지원’ 방안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한미은행의 공시 내용이 335억원의 기존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 부분에 대해서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다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만은 않을 것이란 쪽으로 반전됐다.
▽시장안정책에 반기 든 외국계 자본=외환은행이 LG카드 지원안에 반대한 것은 외국계 자본이 금융당국의 시장안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같은 사태가 금융기관이 아닌 투자펀드가 국내 은행 대주주로 들어오면서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에 따른 영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시 외국계 금융회사의 독자적 행동에 따라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측은 “LG카드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무슨 조치를 취하겠느냐”며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두 은행을 가슴에 묻어두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앞으로 이처럼 외국계 자본의 반란은 계속될 것이며 금융정책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외환은행과 한미은행이 입장을 밝히면서 공은 채권단과 정부에 넘어갔다. 채권단이 LG카드 지원의 첫 단추인 1조원 출자전환을 위해 13일까지 자본을 납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늦어도 11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선 16개 금융기관이 모두 지원에 참가한다는 전제하에 LG카드 지원 방안을 통과시킨 하나 신한 조흥 등 채권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흥은행 김재유(金在裕) 부행장은 “일단 다음 주 중 이사회를 다시 열고 보고한 뒤 이사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결과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 신한 기업은행 등도 조만간 이사회를 다시 열 방침이다.
외환 및 한미은행이 거부한 지원금액은 빼고 나머지 은행들은 예정대로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로 인해 발생할 추가 부담은 정부가 떠안게 될 전망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제목 | |
| 2003년 11월 17일 | LG카드, 은행권에 2조원 긴급지원 요청 |
| 21일 | LG카드 현금서비스 중단 |
| 12월 17일 | 8개 채권은행 대상 매각방안 확정 |
| 18일 | LG카드 자산 실사 결과 발표(순자산부족액 3조2402억원) |
| 26일 |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접수자 없어 매각 무산 |
| 31일 | LG카드 모든 채권금융기관 1년간 채권 만기연장 추진 |
| 2004년 1월 2일 | 산업 우리 국민은행 농협 등 4개 금융회사 주축 공동관리 추진 |
| 5일 | 국민은행 반대로 공동관리안 합의 지연 |
| 7일 | 김정태 국민은행장, 공동관리안 조건부 수용입장 발표 |
| 8일 | LG카드 현금서비스 또 중단 |
| 9일 | 채권단, LG카드 정상화 지원안 협상 타결 |
| 2월 5일 | 외환은행, LG카드 지원 불가 결정한미은행, 출자전환 불가, 신규 유동성은 지원 결정 |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