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유리바다'…가질수 없는 것은 더 갖고 싶다

  • 입력 2004년 1월 1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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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바다/고은주 지음/276쪽 9000원 이가서

“그런데 말이야, 정말 좋아한다면 갖고 싶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건 가짜가 아닐까?”

친구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남자, 곧 결혼한다는 그 남자…. ‘갖·고·싶·다’

199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고은주씨(37)는 새 장편소설에서 금지된 사랑에 빠져버린, 그리하여 ‘소유’라는 사랑의 속성을 갖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은 더 아름다워서 질투와 집착이 뒤따르는 것처럼,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서 욕망은 더 격렬하게 움직인다.

방송작가인 ‘나’는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듯한 냄새’를 가진 그는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어서 일어나 움직여, 그의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속에 울리는 신호를 따라 ‘나’는 조급하게 그의 차를 얻어 탄다. 그 모습을, 그 순간을, 사진으로라도 잡아두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나’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의 사진을 찍고, 남자는 불쑥 자신의 명함을 내민다.

‘나’는 남자의 e메일로 사진을 보내고, 24시간 만에 남자로부터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몰래 ‘나’를 찍은 사진이 담긴 답장을 받는다. ‘나’는 그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즐겁고 편안한 만남을 갖고 서로 호감을 확인한다.

‘나’와 남자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그들은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12년간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그녀’와 그는 곧 결혼을 할 것이었다. “‘갖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나는 ‘고통’이라는 말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반갑지 않은 깨달음이었다.”

훔쳐서라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갖고 싶어, 더 맹목적으로 몰두하고 광포하게 집착하지만 결국 남자의 결혼식 날은 모질게 다가오고 12주간의 사랑은 1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돌아오고 두 사람은 바다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 뜻대로 되지 않은 일. 그 속에 사랑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 배타성과 소유욕이 단숨에 소설을 쓰도록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적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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