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이봉창의사 재판관련 자료집'…70년만에 '햇빛'

  • 입력 2004년 1월 9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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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창의사 재판관련 자료집/단국대 동양학연구소 편/666쪽 3만5000원 단국대학교출판부

단국대 부설 동양학연구소가 8일 이봉창 의사(1900∼1932) 의거 72주년을 맞아 펴낸 미공개 자료집이다.

그동안 이 의사에 대한 연구는 김구 선생의 기록과 각종 신문 보도들에 의존해 왔고 이 의사의 직접적 자료는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가 대역죄(大逆罪)에 관한 기록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국대측이 일본의 최고재판소에 소장돼 있던 자료를 수집해 70여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이 자료집은 △예심조서, 검증조서, 의견서, 공판 판결 등 이 의사에 대한 신문 및 재판 관련 기록 △청취서 상신서(上申書) 등 이 의사가 직접 진술하거나 작성한 기록 두 가지로 나뉜다.

이번 자료집은 이 의사의 개인사나 그날의 의거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우선 이 의사가 1932년 거사 당일 폭탄 하나를 먼저 던지고 두 번째 폭탄을 던지려는 것을 일본 경찰과 헌병이 막았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사는 폭탄을 하나만 던졌으며 일본 경찰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오인해 체포하는 것을 보고 “그가 아니고 나다”라고 스스로 알렸다.

이 의사는 신문 과정에서 배후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지만 ‘백정선’이라고 답할 뿐 백정선이 김구 선생이라는 사실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이 의사가 1931년 12월 17일 중국에서 김구 선생으로부터 받아든 폭탄 2개를 거사 당일까지 어떻게 가지고 다녔을까 하는 의문도 이번 자료집이 풀어 주었다.

‘백정선이 건네준 중국 비단주머니에 백정선이 말씀한 대로 2개의 폭탄을 주머니 밑쪽에 닿도록 넣은 뒤 주머니 양끝을 몸통에 감아 묶어 폭탄과 폭탄 사이에 고환을 끼우는 모양으로 늘어뜨리고 그 위에 팬츠를 입고 양복을 입은 뒤….’(제7회 신문조서)

김구 선생은 이 의사에게 폭탄과 함께 8원80전짜리 손목시계 한 개를 선물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의사가 직접 진술하거나 작성한 기록에는, 차별대우를 받아도 별 도리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 했던 평범한 조선청년이 일황에게 폭탄을 던지기까지의 내면의 변화가 생생히 담겨 있다.

자료는 원본 그대로 영인해 수록했고 번역본을 덧붙였다.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가 해제를 곁들였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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