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조정 최종안]‘강남 대폭인상’ 당초案 그대로 유지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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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22일 내놓은 ‘재산세 인상 최종안’은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보유세 개편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밀어붙이기식 인상’이라는 지방자치단체와 납세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주로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서민형 아파트에 대해서만 상승폭을 좁힌 것이 특징이다.

▽지자체 요구 형식적 수용=이번 최종안은 과세표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들과 중앙정부의 이해관계를 형식적으로만 절충한 것이다.

정부는 이달 3일 발표한 보유세 개편 방안에서 내년 아파트 재산세를 최고 7배로 인상키로 했다. 과표 결정 때 적용되는 신축건물의 가액을 m²당 17만원에서 18만원으로 높이고, 면적에 따른 가감산율(加減算率) 제도를 국세청 기준시가에 따라 매기기로 한 것.

하지만 이는 민선(民選) 출신인 각 지자체장의 반발과 투기세력이 아닌데도 비싼 세금을 물어야 하는 상당수 납세자들의 저항에 부닥쳤다.

실제 서울시는 세수(稅收)를 기준으로 내년 재산세 인상폭을 정부안(45.4%)의 절반 수준인 24.2%로 낮출 것을 촉구했다.

또 강남구와 서초구 등은 주민공청회를 통해 이번 재산세 인상안이 실제 투기 억제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중앙 정부 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서울 강북권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강남권 주택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강북지역 주민들까지 재산세 인상의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며 보유세 개편 방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앙 정부는 지자체장이 갖고 있는 과표 결정권을 회수하거나 재산세 산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재량권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번 최종안을 통해 당초 제시한 인상폭을 제한적으로 낮춰 줌으로써 지자체의 ‘체면’도 세워 주고 중앙 정부의 세제 개편 계획도 일정대로 추진하는 타협안을 선택했다.

▽재산세 얼마나 오르나=정부가 최종안에서 밝힌 내년 재산세 인상 방안의 핵심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과표 산정 때 적용하는 가감산율을 10%포인트 깎아 주고 △신축건물 가액을 m²당 18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낮춰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 강남권 3억원 이하 아파트의 재산세는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올해보다 최고 6∼7배로 상승’에서 ‘5∼6배로 상승’하는 선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또 강북지역은 평균 30∼50%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조치로 20∼30% 수준으로 상승폭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 전체 아파트 가운데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인 곳은 76만5000가구. 이 중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7만3000가구로 해당 지역 아파트의 29.2%에 불과하다. 반면 비(非)강남권 아파트 가운데 3억원 이하는 69만2000가구(87.2%)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최초 방안에서 재산세가 많이 오르지 않았던 비강남권 아파트의 세금을 조금 더 낮춰 주는 셈이다.

실제 노원구 18평형의 경우 정부의 최초안에서는 내년 재산세가 2만8800원으로 올해보다 37.1% 오를 예정이었지만 이번 최종안을 통해 2만5100원으로 19.5% 상승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또 올해 4만7300원이었던 관악구 35평형 재산세도 당초에는 6만7300원이었지만 이번에 5만1700원으로 낮춰졌다.

반면 기준시가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신축건물 가액만 하향 조정되는 데다 재산세 상승폭이 워낙 커 피부로 느끼는 세금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먹구구식 세금 인상=전문가들은 이번 재산세 인상 최종안이 형식상으로는 지자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 내용면에서는 주먹구구식 세제 개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정부는 ‘10·29 부동산시장 종합대책’에서 내년 재산세 인상폭을 ‘올해의 3∼4배’라고 제시했다가 이달 3일에는 ‘최고 7배로’라고 말을 바꿨다.

또 3일 최초안에서는 서울 강북지역 재산세가 평균 20%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예시했지만 22일 최종안에서는 30∼50% 올릴 것을 20∼3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3일 설명 내용과 비교하면 이번 최종안의 인하 폭이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정부가 투기 대책의 일환으로 세제를 급격히 바꾸다 보니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세금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려야 정부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서울시 아파트 기준시가별 분포 내용(단위:가구)
구분강남권비 강남권
서초구강남구송파구
3억원 이하1만20002만20003만900069만2000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2만80003만60003만7만8000
5억원 초과2만10003만90002만30001만
자료:행정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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