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名醫들의 아름다운 自淨운동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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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유명 대학교수들이 ‘과잉 진료와의 전쟁’을 선언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의사들끼리 ‘밥그릇 다툼’을 벌이는 일은 많았어도 멀쩡한 환자를 수술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턱없이 비싼 수술비를 받는 현실을 막자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들어 척추수술은 급증세를 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추간판제거술(디스크수술)은 1999년 1만5962건에서 2001년 2만7483건으로 2년 만에 72%나 늘어났다. 미국에서 척추수술이 급증했던 1980년대 9년간의 증가율(75%)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병원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꼭 수술 받지 않아도 될 환자까지 마구잡이로 수술을 받도록 하는 데서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디스크환자의 70%는 가만히 놔둬도 나을 수 있는데 수술을 해서 오히려 악화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디스크수술을 하면서 진료비가 비싼 척추고정술도 함께 시술된 사례가 많아 의사들이 진료비를 많이 받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한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하지만 환자로서는 이런 ‘전문가의 횡포’를 알아낼 도리가 없다. 올바른 치료인지, 과잉 수술인지 명쾌하게 가려주는 곳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몇 달씩 기다려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명의(名醫)들이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니 고맙고 든든한 일이다. 선후배의 잘못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은 의료계에서, 특히 부패와 비리 속임수가 판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아름다운 의사’들의 움직임은 모처럼 청량제 같은 느낌을 준다. ‘척추 포럼’의 자정(自淨) 움직임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아가 의료계와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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