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현장중심의 역사교육을 위하여

입력 2003-12-05 17:30수정 2009-10-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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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규장각이 무엇을 하던 곳이었는지는 압니다. 그러나 규장각이 서 있던 현장이 어디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조선사 연구가인 한영우 교수가 궁궐사 연구서 ‘창덕궁과 창경궁’(B1)을 펴낸 이유는 바로 ‘현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서울대를 정년퇴임한 이 원로 역사학자는 “우리의 역사교육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역사를 지나치게 관념과 문헌 중심으로 연구해 온 학문풍토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반성합니다.

1990년대 신정(神政) 공포정치 치하의 이란.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B2)의 주인공인 일곱 여자들은 목숨을 걸고 영어소설 독서모임을 갖습니다. 도대체 ‘퇴폐적인’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이들의 숨 막히는 삶에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요. 차도르를 쓴 여자 자린은 조용히 말합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꿈을 소중히 하라고, 그러면서도 꿈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르포라이터 빌 브라이슨은 쿼크도, 양성자도 모르는 과학 문외한이었지만 들판에 누워 바라본 별이 너무 아름다워 태초부터 인류 발생까지를 탐구해 ‘거의 모든 것의 역사’(B5)를 썼습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살았던 자린과 브라이슨은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작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이지만 또한 고결하고 위대하다고….

책의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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