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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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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種)은 변이한다. 그런데 왜? 어떻게?” 그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골몰하던 다윈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에겐 재앙이다.’
인구와 식량의 참을 수 없는 불균형. 그것은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을 작동시키는 자연의 메커니즘이었다.
그러나 다윈은 ‘19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발견’을 20년도 넘게 묵혔다. 성서의 가르침을 거역하기에는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1858년. 다윈은 박물학자 월리스의 편지를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박하기는 했지만 거기에는 다윈의 자연도태에 관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월리스도 맬서스를 읽은 것이다. 동료 과학자들이 중재에 나서 다윈은 월리스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에 마침내 ‘종의 기원’이 출간된다. 초판 1250부는 발매 첫날 다 팔려나갔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869년. ‘종의 기원’을 읽던 마르크스는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서둘러 엥겔스에게 편지를 썼다. “다윈의 이론은 우리들의 견해에 대해 자연사적인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유물론은 이렇게 진화론을 끌어들였다.
다윈의 진화론은 19세기의 자연관뿐 아니라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자연도태는 ‘동물의 왕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인간의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약육강식은 과학적 원리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누가 이기주의를 비난할 것인가.”
그러나 과학사가 토로는 자연도태가 문명 상태에서는 더 이상 행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자연선택은 야만이 아닌 문명이었고, 그 문명은 문명에 반(反)하는 자연도태를 ‘도태’시킴으로써 무자비한 진화의 작동을 중단시켰다는 것. 이른바 진화의 패러독스다.
‘진정한 과학은 이데올로기를 낳지 않는다.’ 다만 이런저런 해석이 있을 뿐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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