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김동문-나경민組 최강 찰떡궁합 50연승 행진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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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으로도, 손짓 하나로도 통하는 사이. 배드민턴 혼합복식조 김동문(오른쪽)과 나경민이 바로 그런 사이다. 7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들은 “부부보다 더 속속들이 서로를 알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주일기자
눈빛만으로도, 손짓 하나로도 통하는 사이. 배드민턴 혼합복식조 김동문(오른쪽)과 나경민이 바로 그런 사이다. 7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들은 “부부보다 더 속속들이 서로를 알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주일기자
“같이 산다는 생각으로 해라.”

배드민턴 지도자들은 새로 혼합복식조가 된 선수들에게 으레 이렇게 말한다. 두 몸이지만 한 몸이 돼야 하고 눈빛만으로, 손짓 하나로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부동의 세계 최강조 김동문(28·삼성전기)과 나경민(27·대교눈높이)이 바로 그런 경지다.

“혼합복식은 힘이 비슷한 선수들끼리 조를 이루는 남녀복식과는 달라요. 한쪽이 한쪽을 끌어줘야 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어요.”(김동문)

“아무래도 남자가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빠가 많이 도와줘요. 이해심과 신뢰가 없이는 좋은 혼복팀이 될 수 없지요. 조금 부족해도 내가 챙겨줄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나경민)

이들은 처음 적으로 만났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 김동문은 5년 선배인 길영아와, 나경민은 한국 배드민턴이 낳은 불세출의 스타인 박주봉과 같은 조로 혼합복식에 출전했고 결승에서 맞딱뜨렸다. 결과는 김동문-길영아조의 우승.

올림픽 직후 9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박주봉과 길영아가 은퇴하자 두 선수는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됐다. 그리고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칠 때까지 11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과 51연승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제2의 전성기. 4월 코리아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홍콩에 이어 최근 끝난 대만오픈까지 국제대회 10연속 우승에 50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아테네올림픽 우승은 ‘떼어논 당상’. 그러나 방심은 금물. 김동은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잘 나갈 때와 지금이 너무 흡사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배드민턴대표팀 소집기간은 일년 열두달 전부다. 잠시 국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소속팀에 복귀하는 것을 빼고는 모두 소집기간이란 얘기. 올해도 무려 10개월간 12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두 선수는 모두 내성적. 게다가 남이 뭐라 하기 전에 자기 몫은 확실히 책임지는 스타일. 그러다 보니 처음엔 한 팀이라고 해도 대화가 별로 없었다. 그 대가를 시드니올림픽에서 치렀다.

‘숙적’ 장준-가오링(중국)조와의 8강전. 당시만 해도 경쟁자로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에게 초반부터 밀리자 순간순간의 플레이에 대해 서로 뭔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끝내 둘 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졌다.

이 충격적인 패배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이 날아가고 연승과 연속 우승 기록까지 깨지자 비로소 두 선수는 마음을 열었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던 김동문이 나경민의 생일에 가방을 선물했고 나경민은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김동문을 부르기도 했다. 서로 개인문제까지 시시콜콜히 얘기하기 시작한 것도 시드니 패배 이후다.

“평소 대화가 없어도 서로 자기 역할을 잘해 말이 필요없었어요. 하지만 패하면서 비로소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죠.”(김동문)

“파트너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지고 나서야 몸에 와 닿았습니다. 그 후부터는 경기전후는 물론 경기 중에도 서슴지 않고 요구사항을 얘기합니다.”(나경민)

훈련할 때뿐 아니라 식사도 함께, 산책도 함께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느낌이 들 때까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쯤 되면 잠만 따로 잘 뿐 부부나 다름없는 사이.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두 사람이 올해 들어 정말 친해진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내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대표팀 은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두 선수의 꿈은 대학교수가 돼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 김동문은 최근 원광대 박사과정에 등록했고 장차 외국 유학도 생각 중이다. 나경민은 올해 모교인 한국체대 박사과정에 응시했지만 탈락했다.

김동문은 올해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19년째, 나경민도 18년째다. 그쯤 했으면 배드민턴이 지겹지 않을까.

“대표선수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도 배드민턴이 싫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두 선수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이 말이 튀어나왔다.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동문은 누구 ▼

△생년월일 1975년 9월 22일

△신체조건 1m84, 76kg

△출신학교 전주 진북초등-전주서중-전주농림고-원광대

△가족관계 모 강정순씨(56)의 4남2녀 중 막내

△취미 음악 감상, 낚시, 볼링, 당구

△가장 아끼는 것 70여차례 국제대회 우승 메달과 팬레터

△국가대표 데뷔 92년(고교 2년 때)

▼나경민은 누구 ▼

△생년월일 1976년 8월 23일생

△신체조건 1m74, 64kg

△출신학교 영등포초등-미림여중-미림전산고-한국체대

△가족관계 부 나호은(59), 모 최철분씨(54)의 1남3녀 중 셋째

△취미 눈요기쇼핑, 음악 감상, 독서

△가장 아끼는 것 2000년 구입한 싼타페 승용차

△국가대표 데뷔 92년(고교 1년 때)

▽김동문이 보는 나경민=성격이 둥글둥글하다. 여자 선배들이 빨리 은퇴하는 바람에 주장을 일찍부터 맡았는데도 후배들을 잘 이끌 만큼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나경민이 보는 김동문=책임감이 강하고 운동도 그만큼 열심히 한다. 무엇보다도 자상하다. 대회에 나가면 여자인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챙겨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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