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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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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석비서관은 대통령 재신임 문제와 SK 수사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뒤 “지금 이 나라가 총체적 위기라고 하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가 오늘 오전에 780선 가까이 오르고 있고 수출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며 “몇 가지 지표를 보더라도 총체적 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정치적 사안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또 사람마다 ‘세상읽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지금 한국 상황이 ‘총체적 위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 경제에 대한 이 수석비서관의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위기를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올해 한국경제는 성장률의 급락과 기업의 사기 위축, 고용불안심리 확산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소비심리는 꽁꽁 얼었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경제지표에 ‘최악’이라는 문구(文句)가 들어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13일 시정연설에서 인정했지만 자영업자나 택시운전사가 말하는 체감경기의 현주소는 더 차갑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자신했지만 2004년을 불과 두달반 앞둔 지금도 ‘경제의 봄’은 멀어만 보인다.
눈을 해외로 돌려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최근 세계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에 ‘파란 불’이 켜졌고 오랜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경제도 살아나는 조짐이 역력하다. 이 수석비서관이 예로 든 주가상승과 수출호조의 직접적 원인도 이런 해외 요인이다.
그런데도 한국경제는 해외에서 불어오는 훈풍(薰風)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 홀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경제가 전례가 드문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 수석비서관에게 물어 보고 싶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종합적인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위기인가. 닥쳐 있는 위기를 인정하지 않거나, 알면서도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애써 외면하는 태도야말로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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