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宋씨 수사가 反北 대결행위라니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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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엊그제 송두율씨를 자신들과 연결시키는 것은 ‘반북(反北) 대결 행위’라고 주장한 것은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이는 또 국내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라는 점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송씨의 실명도 밝히지 않은 채 “해외동포가 분열된 조국의 북쪽을 몇 번 다녀갔다고 해서 그것이 남조선 실정법에 위반된다면 공화국을 다녀간 수많은 해외동포들과 남조선 사람들이 다 실정법 위반자로 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송씨는 북한의 최고위직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장례식에 비밀리에 참석하고 다른 재독 인사의 입북 권유 혐의까지 받고 있는 송씨를 우리 사법당국이 일반 해외동포와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이 송씨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하겠다면 송씨가 정치국 후보위원인지 여부부터 밝혀야 한다. 나아가 송씨가 지난날 북한에서 한 행적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떳떳한 자세다. 그러지 않고 송씨의 신분조차 ‘고향을 방문한 도이칠란트의 한 사회과학자’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으면 누가 그 말을 옳다고 하겠는가.

“(송씨를) 보안법으로 걸려는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의 산물”이라는 북한의 언급 또한 적절치 않다. 송씨 사건을 남쪽 사회 내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재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내정 개입은 오히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만 더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걸핏하면 민족공조를 내세우는 북한이 송씨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는 여전히 기만적이다. 기회만 있으면 남한 사회를 쥐고 흔들려 하는 한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협력은 구두선(口頭禪)이 될 수밖에 없다. 송씨와 북한에 대해 온정적인 우리 내부의 일부 세력도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을 계기로 ‘북한을 올바로 보는’ 자세를 갖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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