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宋교수 처리, 법의 원칙 우선돼야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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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하고 국정원이 3일째 조사를 진행했다. 송 교수는 “조사만 받으려고 37년 만에 조국에 돌아온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강도 높은 수사에 불만을 표시했다지만 송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

송 교수가 대남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젊은 유학생들에게 입북을 권유했다는 북한 노동당 전 비서 황장엽씨와 독일 유학생들의 진술이 있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이러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송 교수가 황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도 “증거가 부족하지만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타협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마당에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처리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강 장관은 “송 교수가 ‘김철수’(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 정치국원보다 더 높은 사람도 왔다 갔다 하는데”라고 말했다. 남북 교류와 고위급 회담을 하러 남북을 오가는 것과 북쪽에서 비밀리에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행위를 한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강 장관의 발언은 자칫 불처벌 방침을 미리 정해놓고 국정원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국정원 조사가 끝나더라도 기소 여부의 결정은 검찰이 하게 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고 특정사건에 대해 ‘처벌하라’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놓고 난 뒤 자진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점과 외교관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처벌수위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송 교수도 자신의 친북행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37년 만의 방문에서 고국과 진정으로 화해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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