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용퇴론’ 유효하다

  • 입력 2003년 9월 1일 18시 14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제기한 ‘60대 용퇴론’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가 ‘용퇴론’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신구세대간의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겠지만 여론의 흐름을 비켜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용퇴론’에 반발하는 일부 중진 의원들의 지적대로 나이가 정치권 물갈이의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젊은 정치인 중에도 구태에 물든 사람이 없지 않고 중진 원로 의원 중에도 경륜이 높고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당내에서 왜 이런 얘기가 나오고, 그것이 상당수 국민 사이에 ‘일리 있다’는 공감을 받고 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두 차례나 대선에서 졌지만 아직도 그 패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본질적 기능인 비판과 견제보다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은 시대 흐름에 뒤진 구태 정치인들이 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 아닌가.

실제로 당내에는 지역감정에 의존하거나 수구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깨어나지 못한 인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변절을 거듭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예컨대 전문성이나 능력도 없이 영남권의 몰표로 3선, 4선이 되고 그 덕에 당내 요직을 두루 맡아온 중진 의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지난 6월 출범한 최 대표 체제 이후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낮은 지지율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변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변화의 요체는 바로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용퇴론’을 무조건 폄훼할 것이 아니라 당 발전을 위한 동력(動力)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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