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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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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대 사회학 박사 출신인 김만수씨(41·대학 강사)가 리영희 한양대 교수(74)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평전. 마침 올해는 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출간된 지 30년째 되는 해다.
저자는 리 교수에 대한 평가보다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 등 책과 언론에 발표한 칼럼 등을 토대로 리 교수의 국제관과 통일관 등을 정리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70, 80년대 국제정세에 대한 리 교수의 진단은 지금에 와서는 독재정권의 감시를 피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던 세대들이 받았을 정도의 의식적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송곳으로 찌르고 거기에다 소금을 뿌리는’ 문체만이 생생히 살아 전달될 뿐이다.
그러나 군사독재정권 하에 언론사에서 두 번, 대학에서 두 번 해직당하고 다섯 번에 걸쳐 구속돼 1012일을 감옥에서 보내며 한목소리를 낸 꼿꼿함, ‘순간마다 뜨겁게 꿈틀거리는’ 국제정세를 읽기 위해 ‘살아서 꿈틀거리는 자료와 문서를 식기 전에 뛰는 상태대로 포착’하는 치열한 방법론 등은 리 교수의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우쳐준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그 속에서 치열했던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이념 논쟁들을 정리하는 용도로 읽어도 좋다. ‘평전’을 쓰자니 저자의 코멘트는 불가피했겠지만 ‘전두환을 개에 비유한 것은 명백히 개에 대한 모독이다’와 같은 거칠고 얄팍한 표현들은 없느니만 못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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