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함용 특보’ 그렇게 비판하더니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25분


부대변인을 51명이나 임명한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대표 특보를 49명으로 늘렸다고 한다. ‘신당 놀음’으로 죽을 쑤고 있는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부대변인 중 42명이, 추가로 특보가 된 32명이 모두 비상근이다. 총선을 앞두고 명함에다 새기고 다니라고 당직을 마구 ‘찍어준’ 셈이다. 구태 정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당을 개혁하고 정치를 바꾸겠는가. 석 달 전 청와대가 무보수 명예직인 대통령특보를 10여명 임명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무어라고 했는가. ‘명함용 특보’라고 격렬히 비판하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나라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 여당의 무능과 실정 덕분에 비판의 시선에서 한발 비켜나 있기는 하지만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야당으로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부 견제 기능을 했는가. 원내 제1당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도 공유하는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줬는가. 답은 부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별 실속도 없이 “대통령 퇴진운동 하겠다”는 등 목소리만 높였지 당운을 걸 것처럼 했던 대북 송금 재특검법 관철이나 북핵 청문회는 더 이상 얘기조차 없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를 놓고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당 진로 대책 워크숍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걱정이지만 우리 당도 보여주는 게 없다”는 자탄이 나왔을까.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것은 하나다. 한국 정당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겸손한 정당, 국민의 고통을 달래 줄 수 있는 능력 있고 따뜻한 정당으로 변하라는 것이지 명함용 당직 남발 같은 구태를 되풀이하라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당 지지도가 2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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