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원호 의혹’ 속속들이 밝혀야

  • 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24분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은 뒷전으로 미루고 몰래카메라에 수사력을 집중해 김도훈 검사를 긴급체포하기에 이르렀다. 김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상급자와 충돌하며 이씨 사법처리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사람이다. 양 전 실장 수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사건담당 검사부터 체포한 격이니 수사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은 양 전 실장에 대해 두 차례 조사를 벌였다고 하나 매번 발표 내용이 바뀌어 신뢰하기 어렵다. 술값과 향응 참석자가 달라졌고 양 전 실장과 이씨의 술자리가 한 차례 더 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드러났지 않은가. 더욱이 민정수석실 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이지 수사가 아닌 데도 검찰이 양 전 실장의 청탁 실행 여부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김 검사의 수사 방법은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본다. 아무리 긴급한 수사였더라도 검사가 사설업체 직원을 동원해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면 명백한 탈법수사이다. 압수수색 영장이나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를 진행했어야 옳다. 김 검사의 처신과 관련한 여러 의문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

김 검사가 주장한 ‘내부 비호세력’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부의 조사를 지켜보고자 한다. 검찰이 자체 비리에 무르다는 비판을 받아 감찰 기능의 법무부 이관까지 거론되는 처지에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비리를 찾아내 제 살을 도려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검사를 긴급체포해 수사를 하는 마당에 검찰이 ‘누구를 봐 준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검찰수사 압박을 받던 이씨가 청와대 민주당 검찰 경찰에 전방위 로비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모든 권력기관의 의혹이 남김없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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