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성향분석까지 해야 하나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35분


정부가 국민을 정책 찬성자와 반대자로 분류해 차별적 홍보를 할 계획임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기업에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차별 홍보하는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라지만 국가와 기업, 국민과 소비자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첫째, 이 방안은 발상부터 무리가 있다. 국가정책은 일반상품 같은 마케팅 대상이 아니며 국민은 소비자처럼 선전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판을 포함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정책을 상품 광고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특정정책에 대한 찬성 반대에 따라 국민을 구분하겠다는 것인데 개개인의 성향을 어떤 방식으로 알아내 분류할 것인지 궁금하다. 가령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반대데모에 세 번 참가하면 ‘적극적 반대자’이고 한 번 참가하면 ‘소극적 반대자’인가. 주민감시제도라도 두지 않는다면 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국민성향을 알아내겠다고 ‘다양한 경로’로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고도의 분석기술로 이를 ‘가공’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셋째, 위험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을 네편 내편으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지만 ‘적극적 반대자’로 분류된 경우 어떤 형태라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언론계는 물론 공보담당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터넷 국정신문을 내는 데 대해서도 일방적 정책선전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바람직한 정책이라면 국정홍보처와 각 부처 공보실, 언론보도를 통해 얼마든지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단 직업을 기준삼아 이달 말부터 차별홍보를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 의아하다. 지금은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을 통한 통합의 정치가 절실한 시기다. 정부가 정작 시급한 일은 제쳐두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불필요한 일에 매달리는 것 같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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