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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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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차) 뒤에 충격이 와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화물열차 기관사)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선 대구 고모∼경산역 구간의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8일 오전 7시10분경. 시속 60km로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전방에서 서행하는 화물열차를 들이받기 직전까지 역무원과 화물열차 기관사는 참사 발생 가능성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10일 경찰이 확보한 사고지점 역과 화물열차 기관사간 무전교신 내용은 이번 사고가 철도 운행 관계자의 주의력 부족과 안전수칙 위반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2분경 고모역을 출발한 화물열차 기관사에게 고모역 지령실 역무원은 “고모∼경산간은 정상운행이니 통신식으로 운행하라”고 지시했다. ‘통신식 운행’은 작업 중인 철로 구간을 열차가 통과할 때 (정지)신호등에 의존하지 말고 교신을 통해 정상속도로 운행하라는 의미. 당시 이 구간은 자동신호기 교체작업 중이었다.
3분 뒤인 오전 7시5분경 경산역 지령실 역무원은 다시 한번 화물열차에 ‘통신식 운행’을 강조했다. 역무원은 화물열차 기관사를 호출해 “(고모∼경산역간) 하행선은 통신식으로 운행합니다. 신호 무시하고 (경산역으로) 들어오세요”라고 지시한 것.
그런데 화물열차 기관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아니, 정상운행인데 신호를 무시하면 됩니까”라고 반문한 것. 가장 기본적인 열차 운행방식을 놓고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기관사는 사고 후 철도청 자체 조사에서도 “정상(속도로) 운행하라”는 고모역의 무선지령을 ‘신호등에 따라 운행하라’는 것으로 착각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모역 관계자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였다. ‘두 역 사이의 작업구간 철로에는 2대의 열차를 동시에 진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2월에는 호남선 서대전역 부근을 지나던 새마을호가 철거 작업 중 무너진 육교 철제빔에 부딪혀 35명이 부상했다. 5월에는 경부선 양산 호포 철교를 지나던 무궁화호 열차가 다리 신설공사를 하던 크레인에 부딪혀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어처구니없는 원인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대구에서>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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